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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미운 진달래- 태백산맥 中 (책 리뷰)

 

태백산맥을 보며 나의 감상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태백산맥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역사서를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태백산맥을 잡고 시작하기를 한 달이 넘어갑니다. 4권을 넘어 5권으로 가는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단촐하게나마 정리해보고 싶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손으로-자판으로-화면으로- 어찌하였든 글로 옮기는 것은 참 어색스러운 일입니다.
그래도 짧은 감상이 스쳐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글로 남기며 잡아보려합니다.


손승호라는 인물이 느꼈던 명길이와 반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느껴봅니다.
손승호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나서, "명길아, 글을 지을 때의 기분을 다시 생각해가며, 빨리빨리 읽어버리지 말고, 또박또박, 천천히, 네 기분이 잘 살아나도록 읽도록 해라. 겁먹지 말고, 알겠지?"  허명길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승호는 쓰다듬던 손을 멈추었다. 어린 몸의 떨림과 열기가 손바닥에 그대로 느껴져왔다. "잘  읽을 수 있겠지?" 손승호는 허리를 구부려  허명길의 눈을 쳐다보았다. "예에.." 소년은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주 자알 지은 글이니까 읽기도 잘할 수 있을  게다."


 

6-2반에서 제일 좋은 글로 뽑힌 이십칠번 허명길의 글을 소개합니다.

 "미운 진달래. 육학년 이반 이십칠번 허명길."  허명길은 삐쩍 마른 목을 길게 늘이며 마른침을 삼키고는 혀끝을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두 손에 잡힌 종이끝이 바르르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진달래 진달래

분홍빛 예쁜 꽃

진달래 진달래
분홍빛 먹는 꽃


진달래 진달래

온 산에 피면

풀꾹풀꾹 풀꾹새

따라서 우네

풀꾹새 풀꾹새

배고파 우는 새

풀꾹풀꾹 우는 소리

배고파 배고파 하는 소리네


풀꾹풀꾹 풀꾹풀꾹

우는 소리 들으며

배고파 배고파

나도 더 배고파


진달래꽃 따먹으러
산으로 갔지

많이많이 먹을려고

혼자서 갔지


진달래꽃 쌀밥 같아

하루내내 따먹었제

구역질 참아내며 먹어도 먹어도

배는 부르지 않았네


밤중에 배가 째지게 아프고

옷에다 그만 설사를 했네

주욱주욱 쏟아진 물똥은

진달래꽃 물똥이었네


엄니가 물똥을 닦으며

그 꽃 많이 묵으먼 뒤져

내 머리통을 쥐어박았네

나는 거짓말로 크게 울었지


진달래 진달래

분홍빛 미운 꽃

설사만 나게 하는

분홍빛 미운 꽃


 

 "여러분들은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왜 잘 지은 글인지 알겠어요?"  
 "피이, 돼지새끼맹키로 미런허게 진달래 따처묵고 물똥 깔긴 그런
  이약이 머시기가 잘 쓴 것이여." 

 "여러분들은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왜 잘 지은 글인지 알겠어요?"  학생들을 향해 물었다. "피이, 돼지새끼맹키로 미런허게 진달래 따처묵고 물똥 깔긴 그런 이약이 머시기가 잘 쓴 것이여." 불쑥 터져나온 말이었다. 손승호는 소리나는 쪽으로 빠르게 눈길을 쏘았다. 느낌 그대로 박태웅이었다. 박태웅은 눈길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는데, 쑥 내밀고 있는 입술에는 불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래, 너 같은 아이들한테는 물똥 깔긴 더러운 이야기일 뿐이겠지.
  자아, 여러분, 여러분들 중에서 박태웅군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선생님 눈치보지 말고 손들어봐요." 손승호는 학생들을 휘둘러보았다.

 손승호는 감정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도 어쩐 일이지 손을 드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을 거의 다 손들게 만들었던 손승호 선생의 질문을 되새깁니다.
"그럼, 다들 허명길군의 글이 잘됐다고 생각합니까!" "네에―"  "좋아요, 그러면, 여러분들 중에서 허명길군처럼 배가 고파서, 재미나 장난이 아니고 정말 배가 고파서 진달래꽃을 따먹어본 사람은 솔직하게 손들어봐요. 그건 절대로 창피스러운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니까 솔직한 마음으로 손들어야 해요."

손승호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아이들은 별로 자신이 없는 태도로 미적미적 팔들을 밀어올렸다. 예상했던 대로 손을 든 아이들은 거의 다였다.


손승호가 말하는 이 시가 가장 잘 지은 시인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여러분들은 거의가 배가 고파 진달래꽃을 따먹었습니다. 그런데, 그일을 가지고 좋은 글을 지은 건 허명길군 한 사람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첫째, 그 슬픈 일을 하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입니다. 그리고 둘째, 그 일을 창피스럽거나 부끄럽게 생각해서 감추려고만 했지 글로 써보려고 마음먹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 좋은 글을 짓는 것은 자기 마음을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를 솔직하게 쓰는 것입니다. 자아, 보세요. 만약 허명길군이 남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해서, 밤중에  배가 째지게  아프고 / 옷에다 그만 설사를 했네 / 주욱주욱 쏟아진 물똥은 / 진달래꽃 물똥이었네, 이 대목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 글은 잘 지어진 글이 될 수 없어요. 이 대목이 바로 제일 잘된 대목이에요. 그리고 그 다음 대목, 엄니가 물똥을 닦아내며 / 그  꽃 많이 묵으먼  뒤져 / 내 머리통을 쥐어박았네 / 나는 거짓말로 크게 울었지, 얼마나 눈에 선하게 보이도록 있는 그대로 썼습니까. 이 두 대목이 없었다면 이 글은 칭찬받을 수 없는 보통 글이 되고 말았을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여러분!" "네에―"  "좋아요.

여러분도 다시 한 번 이 시를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 풍요로운 지금의 세상에서도 그 과거와 정말 비슷한 사연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럼  선생님이 허명길군의 '미운 진달래'를 다시 한번 읽겠어요. 여러분들은 진달래꽃을 따먹던 일을 생각하며 잘 들어보도록 해요." 손승호는 목을 가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