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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사 박수영 선생님반 아이들의 졸업식

[송파 거원초] 해직교사 박수영 선생님반 아이들의 졸업식


오늘은 2009년 2월 13일
아침 9시. 학교 정문은 여느때보다 한산했다.
전경이 없는 정문은 너무 당연한 모습인데도, 오늘 나는 참 어색했다.
학생들이 웃고 떠들며 자연스레 들어가고, 졸업식& 종업식 현수막이 예쁘게 걸려있는 모습.

그렇다. 오늘은 바로 올 한해의 끝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 그 중 한 분.
일제고사 관련 부당징계를 받은 해직교사
박수영 선생님반 학생들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 1 _ 몇 주 전, 방학식 참석을 위한 어른과 아이들의 대치

거원초 정문에 왔을 때는 방학식에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게 선생님도 못들어가는 교실에서의 수업 거부 를한 아이들의 모습/
선생님의 부당징계를 풀어달라는 어머님들의 손글씨 적힌 피켓, 그리고
정문을 빼곡히 쌓아버린 전경.
여기저기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등교하는 길 처음 보는 이 상황을 구경하는 아이들, 계속 선생님을 돌아가라 강요하시던 교장선생님의 모습.
정리도 잘 되지 않을 만한 여러 풍경들과 먹먹한 마음들. 그러한 슬픔과 억울함이 있었다.



# 2 _ 정문 앞 너무 다른 두 현수막 _ 축하와 억울함.

"거원초등학교 여러분의 졸업식을 축하합니다." ,   "박수영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정문에 하나, 그리고 바로 맞은 편 벽과 벽 사이에 하나.

마주보고 있는 그 두 현수막은 어찌나 이리 다른 생각을 들게 하는지.

진정 졸업식을 축하한다면, 아이들과 선생님을 떨어뜨려 놓지 말았어야지, 참교육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선생님을 자르지 말았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아이들의 졸업식에 마지막 감상마저 빼앗아버리는
이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싶었다.
10시가 넘어 어머님들이 오셨다.
말끔한 모습에, 색조화장까지. 아이쿠~ 너무 생소하면서도 정말 학부모님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던 어머님들의 모습은

선생님의 출근투쟁을 함께하시겠다며 아침일찍 나와 어수선한 모습으로;; 서로 웃으며 차를 나눠 주고, 어색하게; 피켓에 쓴 구호를 외치고 썩내는(?) 모습이었다.

해직교사의 부당징계에 대한 탄원서를 받겠다며 서명용지를 가지고 꽤나 투박하게 혹은 친근하게; 지나가는 아주머니, 학생들을 불러잡아 이야기하시던 모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의 졸업식에 참가한 말끔한 어머님들이셨다. 물론 어느모습이나 열정적이시고 멋지셨다^^ 물론, 역시나 숨길 수 없는 마음, 예쁜 화장에 정장을 입으셔도 마음은 여전하시더라.

교실에 들어가 청테잎을 손으로, 입으로 뚝뚝 끊어 풍선을 달고, 모이시면 교육계와 공정x, 교x 선생님 에게 쌓인 답답함과 불만을 토로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3 아이들의 성적표/ 선생님을 지키기 위한 야외수업5일 = 무단결석 5일로 처리

아이들의 성적표에는 두 가지 아이들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첫 번째는 통지표에 선생님의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박수영이 아닌 ㅇㅇㅇ 선생님의 이름으로 나와있었으며, 통지표와 졸업장을 받을 때도 이미 다른 선생님에 의해 받게 되었다. 그리고 옆엔 박수영 선생님이 가만히 서계셨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통지표에 학교에 나왔던 날도 결석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것도 무려 무단 결석 5일 통지.

이것은 선생님을 전경이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아이들이 직접 나와 야외수업을 진행한 그 날부터였다.
방학식이 시작하기 바로 일주일전부터다. 그전까지는 힘들게 출근투쟁을 했었으나 방학식 전주는 아예 교문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

그래서 몇몇 아이들을 중심으로 교실을 나오다가 전원이 나와 학교 밖 정문에서 돗자리를 깔고.
따듯한 차와 음료수를 하며, '아이들의 꿈 이야기', '노래부르기', '선생님의 수업' 챕터 등으로 수업을 진행했었다.

이 날들이 모두 무/단/결/석 처리되었다.
실질적으로 등교했다가 중도에 나오면 조퇴이다.
무단 결석 5일 처리라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었는지, 어머님들은 그냥 황당하게 웃고 아예 넘겨버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묻는 아이조차 없었다. 이런걸 어른보다 낫다고 하는건가; (사실, 요새는 투표권에 나이제한을 변경해야 하지 않나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나이제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4_  6-9반 우리들만의 졸업식. 학생이 주는 전국 유일 참스승 표창상


6-9반 교실. MBC,KBS,SBS,칼라TV,동부신문(지역신문임),무수한 아버님들의 카메라플래쉬세례; 그야말로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졸업식 경험이었을 것이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와 선생님과의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와 깜짝 놀랐을 것이다. 노란색풍선이 교실을 가득메우고, 칠판에는 선생님이 선물할 페인팅손수건이 가득, 앞 뒤로는 여러 대자보에 마음들이 적혀있는 글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그려져있는 대형 현수막.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아이들에게 본인이 직접 쓴 엽서를 하나하나 나눠주었다.
슬쩍 엿보니 참 길게도 썼다. 나의 초등학교 5,6학년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분들도 참 멋지셨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손수건에는 서른명의 아이들 이름이 마치 무늬처럼 네모난 박스모양으로 가득프린팅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는 본인의 얼굴을;;;하하하...(아이들이 모두 프린팅 된게 실물보다 낫다는 평가;) 전교조에서 해직된 선생님들이 모두 반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님들과 같이 준비한 참스승 표창장(?)을 선생님께 읽어드리며 선물로 드렸다. 선생님은 너무 놀라시며 감격해하셨다. 감격하시면 특유의 제스쳐와 표정이 나오시더라. 참 귀여우셨다.

또 한 번 선생님은 반창회를 꼭 하자며ㅡ 그 때 다시 보기 전 해야할 것들을 서로 이야기했다(무지짧았음;)
그리고 한 명 한 명 안아주었다. (여자아이들부분에 가서는 첫 여자아이가 자기는 스톱! 이러는 바람에 민망하게 다시 악수로 바꾸었다. 학부모님들의 스승의 은혜제안으로 합창을 하며 마무리..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부탁을 이야기했다.
" 선생님, 마지막 부탁이다! 꼭 들어줘라~ 잘살자!! 앞으로도 꼭 잘살자! 행복하자! "
아~ 얼마나 멋진 말인가...

끝으로 한 아이가 아이들이 슬슬 나가고 난뒤 선생님을 위해 준비했다며. 기타로 직접 연습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것도 외국;;노래... 하하하.. 갑자기 끝났다 싶던 취재진이 우르르~-_-;

스승의 은혜는 정말 하늘같아야 한다. 스승의 마음은 정말 어버이 같아야 한다.
진정한 스승이 참 그리워 지는 요즘이다.
교육계는 제일 깨끗하고 어진 사람들의 모임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교육감 선거 모두 투표하시길..이 글을 보는 모든 네티즌들에게 부탁드린다는 말씀.
그리고 투표는 꼭..잘 보고 하시길. 휙~ 자칫 잘못 판단하는 일이 허다함.


잊지 못할 졸업식이었다. 6-9박 박수영 선생님과 아이들에게서 참 많은 걸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님들의 힘도 참 크게 느꼈다.
쑥쑥 커서~ 훌륭하고 정직한 어른이 되어라~*






블로그 이제 막 시작했는데, 신기!! 저거 찾아보지도 않고, 잘 몰랐는데 아는 분이 말해주셨어요~ 옆에서 같이 컴퓨터하다가^^ 감사합니다. 블로거뉴스 베스트 떴네요ㅡ*
앞으로 더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도록^^!!